퇴근하고 던진 공이 148km 찍었다… 이게 日 ‘사회인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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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전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5연패(連覇)에 성공했지만, 국내 야구 팬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는 일본 대표 선수들이 속한 ‘사회인 야구’였다. 한국은 27일 결승전에서 일본을 3대1로 이겨 금메달을 땄지만,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프로야구 스타들로 팀을 꾸린 한국은 일본의 ‘직장인 아마추어’들을 상대로 두 경기에서 단 3점을 냈고, 6점을 내주며 1승 1패를 기록했다. 한국전 두 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한 좌완 투수 히구치 신(24)은 최고 시속 148㎞의 빠른 공을 앞세워 10이닝 동안 단 1실점(평균자책점 0.90)했고, 삼진 8개를 잡았다. 일본 제지업체 ‘오지(王子)’ 야구부 소속인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무실 청소나 짐 운반 등 지시받은 업무는 오전에 곧장 끝내고, 오후엔 야구 훈련에 집중한다”고 했다.
일본 사회인 야구는 동호인들의 주말 취미 활동인 국내 사회인 야구와 전혀 딴판이다. 고교나 대학 때까지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지만, 프로야구(NPB)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뛰는 무대다. 대개 오전엔 직장으로 출근한 뒤 오후엔 지역·전국 대회 출전을 대비해 훈련에 전념한다. 회사에 따라 대회 출전이 임박하면 훈련에만 집중하도록 업무를 면제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은행 창구에서 민원을 응대하거나 철도 개찰구에서 업무를 보는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선수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연봉은 406만~533만엔(약 3500만~46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일본의 일반 사무직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7536만원이다.
일본야구연맹(JABA)에 등록된 사회인 야구팀 344개 가운데 기업이 운영하는 95팀 선수들은 준(準)프로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1군 선수들과는 격차가 상당하지만, 시속 140㎞대의 공을 안정적으로 제구하는 투수가 많다. 경기 수준도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이 아시아쿼터 선수 자원을 주로 찾는 일본 독립리그에 뒤지지 않고, 상위권 팀은 독립리그보다 전력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호인들이 속한 ‘클럽 팀(249개)’은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지만,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10년간 활약한 오카다 요시후미(은퇴)처럼 육성 선수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에 입성한 케이스도 있다.
일본이 아시안게임에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를 파견하는 데엔 프로야구 일정과 충돌을 피하려는 이유 외에도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줘 아마추어 야구 저변을 더 단단하게 다지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실제로 사회인 야구에서의 활약이 프로 진출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10대7로 무너뜨린 이른바 ‘도하 참사’ 당시 일본 선발 투수 고마츠 사토시는 이듬해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해 신인상까지 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신인왕 출신으로 통산 123승을 올린 노모 히데오도 기업 팀(신일본제철)을 거쳐 프로에서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일본 사회인 야구의 인기는 프로야구에 뒤지지 않는다. 1927년 마이니치신문 주최로 창설된 ‘도시대항야구대회’는 간토(관동), 도호쿠(동북), 홋카이도 등 지역별 예선을 뚫고 올라온 팀들이 자웅을 겨루는 일본 최고 권위의 사회인 야구 대회다. 매년 도쿄돔에서 열리는 이 대회와 11월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리는 ‘사회인 야구 일본선수권대회’에는 각 기업 임직원이 동원돼 프로 못지않은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한국에도 일본 사회인 야구와 유사한 ‘실업(實業) 야구’가 존재했다. 국내에 프로야구가 없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까지 김봉연, 김우열, 김재박, 장효조, 이선희 등이 실업 야구 무대에서 활약했다. 이들은 1982년 프로야구(KBO)가 출범하자 줄줄이 프로 무대로 옮겨 맹활약했고,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던 실업 야구팀도 2000년대 초반 해체 수순을 밟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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